9월 21일 일요일 in JAPAN

 


7
시쯤부터 몇번 깨기 시작했어. 이쯤 일어나야 하는데 아나가 깨어있는 것도 알고, 눈 떠서 보기도 했는데(벌떡 일어나기도 했으니까 말 다했지) 결국 8 45분까지 취침. 반팔이 어느새 가슴까지 올라와 있어서 깜짝. 나 아토피도 없는데 먼지구덩이 속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니까 몸이 가렵고 붉게 피부가 변했다가 원상태로 돌아오고 막그래. 가끔 여기저기가 가려워서 지금은 나도 모르게 벅벅 긁기 시작했어.


샤워를 할려고 갔는데 이게 왠일? 다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도 그랬지만 수건도 없고 바디워시도 없고 기타등등이 없네. 뻘쭘하다. 근데 여기 있으면 있을수록 어떻게 잘 말해서 돈을 더 드린다음 여기서 생활하면 안될까 하는거였어. 벌레가 없잖아! 그건 제일 중요하다구!


아침을 먹고 텐노지 동물원에 가기로 했어. 아나가 가고 싶대. 와다상은 할 일이 있다고 하셔서 나와 아나만 갔지. 정말 더웠어. 동물원앞이라는 역이 있는데 거기 7번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나가면 100엔샵이 있어. 거기에서 나는 음료수를, 아나는 음료수와 카메라 스트랩을 샀어. 그리고 동물원 고고씽. 그녀의 나라는 자연환경도 좋고 동물들 야생에 살고 있지만 동물원이 없대. 게다가 볼 수 있는 동물도 몇가지 없더라고. 호랑이와 사자가 신기한 목록에 들어갈줄은 몰랐어. 난 당연히 보고 자랐으니까. 그녀는 침팬지와 호랑이 앞에서 떠나갈줄을 몰랐어. 난 코알라가 보고 싶었는데!

근데 왠지 그녀가 자꾸 나에게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봤어.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가? 근데 알고보니까 그녀의 섬은 무척 작아서 밖으로 잘 가지 않는데. 게다가 아침이랑 점심은 안먹고 저녁만 먹는데! 우와! 움직이지 않으니까 그런가? 우린 쉬다가 동물을 보고 다시 쉬다가 동물을 보면서 구경을 했어. 점심을 먹지 않는 그녀때문에 나도 점심을 패스. 코알라까지 보니까 비가 내리더라. 앗참, 스티커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그걸 찍을 돈이 없다길래 패스. 지하철 표를 끊고 돌아가는 도중에 그녀가 이제 자신의 수중에는 1엔짜리 2개와 5엔짜리 하나밖에 없다고 했어. 맙소사, 아직 돌아가려면 3일이나 남았잖아! 게다가 모레는 교토에도 간다매! 뭐 후지필름 디카를 샀으니 돈이 넉넉하지 않겠지. 그치만 총 7엔이라뇨. 저녁은? 유일한 너의 식사는? 굶는다고? 미쳤어!


벌레가 있는 집(;ㅁ;지금 내 감상)으로 돌아와서 케이크를 먹고 게임을 하게 되었어. 결과는 내가 2번 이겨서 이겼지. 와다상이 껴서 3명이서 할땐 와다상이 1, 내가 2, 아나가 3등을 했어. 괜찮아 뭐든 3등까지는 좋으니까. 시간이 되어서 그 아저씨 집으로 가게 되었어. 원래는 나는 남아서 짐을 3층으로 옮기려고 했는데 같이 가자고 하셔서 가게 되었어. 아저씨의 집도 무척 좋아.


지트와 우린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어. 아나는 저녁으로 카레우동을 대접받았지. 나도 먹고 싶었는데! 어쨌든 야경도 보고 하면서 우린 여러 이야기를 나눴어. 지트는 방글라데시로 돌아가고 싶지 않대. 난 한국을 사랑해서 그런 말 조금 이해가 안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더라구. 일본어로 일본은 편리하고 좋다지만 사실 그가 말하고 싶었던건 안정되어 있는 생활과 깨끗하고 안락하면서 풍족하게 살 수 있는 현실에서 살고싶다는 말 아니었을까? 일본은 그런 이미지가 있으니까.

스모를 보면서 아무나 될 수 있냐고 물어보던 그. 일단 자격조건은 누구나 되기 때문에 된다고 했더니 자기가 방글라데시 사람으론 처음으로 스모선수가 되겠단다. 창코나베를 먹으면서 5년 뒤에 그렇게 돌아오겠단다. 큭큭.


아저씨가 우리에게 사진을 나눠줬어. 방금 찍은 사진이야. 왜 있잖아, 복합기처럼 생겨가지고는 디카에 연결해서 바로 사진 뽑을 수 있는거. 지트와 아나는 매우 놀라워 했어. 아저씨가 누가 그린건진 모르겠지만 그림도 주고 일본틱한 쇼핑백같은 가방도 주고 사진도 여러장 주고 그랬어. 아나가 일본어를 배운 계기가 된 벚꽃 프린트의 뭔가도 주셨지. 사진이나 엽서를 넣을 수 있는 뭔가였어. 사실 짐을 3층으로 옮겨야 해서 안올려고 했는데, 와서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이제 우린 헤어져야 해. 아저씨가 야경을 보여주셨어. 앞에는 강이 있고, 고속도로도 보이는데다 밤이라서 정말 예뻤지!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 최고야! 살짝 고백하자면 오늘 아침에 본 풍경보단 아니었어. 그래, 아주 조금. 사실 오늘 아나랑 둘이서 와다상이 친한 경비아저씨에게 부탁해 동물원에 가기 전, 맨션 R층에 올라갔었거든. 원래는 출입 금지구역인데, 어떻게 가게 되었어.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난 분명히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일반적인 고소공포증은 아니야. 뭔가 의지할 곳이 없는? 그런데서 높은데에 가면 무서워하는거라서. . 그녀의 맨션은 오사카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빌딩이야. 게다가 14. 20층까지 있는데 이정도면 상당한 높이지. 사무적인 용도가 아닌 주거공간의 빌딩으로는 정말 손에 꼽혀.

와다상은 부자?!


여기엔 위급상황에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커다랗게 H도 씌여있지. , 여기 20층에서 살고 싶다. 뭐랄까 일본 인테리어는 정말 매력적이야. 특히 일본풍을 살린 인테리어가 그렇지. 한국에서도 한국풍의 느낌을 충분히 살린 인테리어가 나왔으면 좋겠어. 아무리 비싼 곳이라도 화려하고 거대한 느낌만 있지 편안하다는 느낌은 없거든. 물론 여기도 그렇지만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 화려한 곳도 있어. 주거공간의 이유가 확실히 새겨진 인테리어 말야. 집에서 편안한 느낌을 갖는것은 당연한 거잖아? 솔직히 여긴 그런 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살고 싶어져.


어쨌든 옥상에 올라가고 싶어했던 지트에게 오늘 올라가봤다고 살짝 약올려주고 차를 타러 내려갔어. 일본 차치고는 충분히 큰데도 어른 6명은 탈 수 없었기 때문에 아저씨의 부인은 걸어서 볼일을 보러~ 난 처음으로 뺨을 맞대면서 하는 인사를 했어. 아나와 나는 그새 친해져서 많이 아쉬웠거든. , 집이다! 아나, 지트 안녕~ 얼른 메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벌레를 이유로 난 3층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 얏호! 맥주캔이 잔뜩 들어있는걸 옮겨달라고 하셨을때는 좀 짜증도 났지만 어쩔 수 없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속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모든 짐을 위로 옮겼어. 경사가 높은 계단을 오르면서 머리 부딪힐까봐 온몸을 숙이고 올라가는 일은 정말 고행이었어. 종아리에 멍이 2개 복숭아 뼈에 1. 내 훈장들. 흑흑. 근데, 그건 그렇고. 이건 또 뭐지? 이런 대 먼지 구덩이 속에서 나보고 살란 말인가? 땀으로 샤워한 덕에 짜증지수가 점점 높아졌지만 어쩔 수 있나 이 집이 이런걸. 왜 이들은 청소를 하고 살지 않는단 말인가. 집도 3개인가 4개면서. 하나는 오사카 시내가 다 보이고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있는 손에 꼽는 건물인데. 아놔. 내가 내일 할 수 밖에. 사실 지금 당장 하고 싶었지만 이이상 요란스럽게 굴긴 뭐한데다 일단 저녁이니까 양보했다. 일단 벌레는 안보이니까. .

 



by 애호박 | 2008/09/25 23:41 | 애호박 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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